차세대 반도체 기술 전쟁…DDR5·CXL 메모리가 뭐지?

입력 2022-08-22 15:25   수정 2022-08-22 15:26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리더십은 여전히 견고하다. 최첨단 D램인 DDR5 확산을 주도하고 있고 SSD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도체 시장을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 기술들을 분석했다.
고용량 데이터 처리하는 D램 ‘DDR5’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D램 DDR5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DDR5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차세대 D램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DDR은 더블 데이터 레이트(Double Data Rate)의 약자로 D램 규격을 뜻한다. 뒤에 붙는 숫자가 높을수록 반도체 성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현재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은 2013년 출시된 DDR4다. 최근 경쟁 업체들이 DDR5를 내놓긴 했지만 양산 규모나 수율에서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D램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DDR5 양산에 들어가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EUV 노광공정(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DDR5에 적용하면서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EUV 장비를 활용하면 웨이퍼에 더 얇게 선폭을 그릴 수 있어 더 많은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다.

DDR5는 DDR4 대비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데이터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 공정으로 단일 칩 최대 용량인 24Gb D램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의 수요가 커지고 있어 DDR5를 선점하려는 고객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DDR5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0.1%에서 2025년엔 40.5%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DDR5 양산이 D램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기업의 생산 역량이 DDR5로 집중되면서 DDR4 생산량이 줄면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된다는 시나리오다.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서버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호재다. DDR5 제품 수요가 늘면서 D램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D램 속도전 이끄는 ‘LPDDR5X’
삼성전자는 현존하는 모바일 D램 중 가장 속도가 빠른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도 개발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미래 첨단산업에 대비하기 위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이 감당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속도도 중요해졌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LPDDR5X의 동작 속도는 세계 모바일 D램 중 가장 빠른 최대 8.5Gbps(8500Mbps)다. 이전 세대 제품인 LPDDR5의 동작 속도(6.4Gbps)보다 30% 빠르다. 소비전력 효율과 용량도 한층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LPDDR5X가 이전 세대(LPDDR5) 대비 전력 소비를 약 20% 줄였다고 밝혔다. 또 LPDDR5X의 단일 칩 용량을 16Gb까지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16Gb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모바일 D램 단일 패키지 용량을 최대 64GB까지 확대해 5G 시대 고용량 D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LPDDR5X는 제조 과정에서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했다. 14㎚는 웨이퍼에 새기는 회로 선폭 너비를 뜻한다. 기존 모바일 D램 제조 공정에서 가장 얇은 수준이다. 회로가 얇아지면 집적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용량이 커진다. 전력 효율도 함께 좋아진다.
SK하이닉스의 비밀병기 ‘CXL’
SK하이닉스의 추격도 거세다. 이 회사는 최근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으로 꼽히는 ‘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제품 양산에 착수해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CXL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활용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등을 다른 전자부품과 연결하는 통신 방식이다. PC에 CXL 기반 메모리 반도체를 추가하면 다른 PC의 메모리 반도체까지 활용할 수 있어 전체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발달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CXL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 서버 증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첫 CXL 메모리는 96GB(기가바이트) DDR5 D램이다. DDR은 D램 반도체의 기술 규격을 뜻하는데 DDR5가 가장 최근 세대다. SK하이닉스는 “CXL D램은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경제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고성능 연산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와 서버 업체들은 2019년부터 CXL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시장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AMD, 델 몬타지테크놀로지 등 주요 파트너사와 CXL 관련 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CXL 메모리를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선 해당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설계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D램 등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魔의 200단' 넘은 낸드 기술…칩 용량 높여 더 많은 정보 담아
SK, 세계 첫 238단 낸드플래시 공개…삼성, 페타바이트급 SSD 기술 개발
낸드 분야에선 ‘높이 쌓기’ 경쟁이 치열하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최고층(232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미국 마이크론을 넘어섰다.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고군분투하던 SK하이닉스가 기술 선두를 꿰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층 전쟁의 선봉 ‘238단 낸드’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238단 512Gb(기가비트) 용량의 TLC 4D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이후 1년8개월 만에 차세대 제품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는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에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는 것도 낸드플래시가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은 업계 최고층이자 가장 작은 크기로 생산돼 이전 세대(176단)보다 생산성이 34% 개선됐다. 단위 면적당 용량이 커지면서 웨이퍼 1개당 더 많은 개수를 생산할 수 있게 돼서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은 21% 줄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마의 200단’을 뛰어넘으면서 ‘적층’ 경쟁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단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뜻한다. 238단이란 셀을 238겹으로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단을 더 높게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 셀을 수직으로 고층으로 쌓는 적층은 낸드 기술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잣대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238단 낸드 양산을 통해 낸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0단 이상 낸드 시장은 고속 성장이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의 시장 점유율은 올 4분기 0.01%에서 내년 4분기 10.9%로 훌쩍 뛸 것으로 예상된다.
○SSD는 ‘페타바이트’급으로 진화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영화 17만4000편을 담을 수 있는 페타바이트급 스토리지(데이터 저장 공간)와 20배 빠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소개했다. 최진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 부사장은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등 기술 발전으로 최근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통해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장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페타바이트급 스토리지 시스템을 대표 무기로 꼽았다. 1페타바이트는 100만 기가바이트 수준이다. 페타바이트 스토리지는 최소한의 서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 ‘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CXL)’를 적용한 ‘메모리 시맨틱 SSD’ 기술도 개발 중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추가하지 않고도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다. CXL을 적용한 메모리 시맨틱 SSD는 AI, 머신러닝 분야에서 일반 SSD보다 임의 읽기 속도, 응답 속도를 최대 20배 향상할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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